[소방차]
소방차는 1980년대 후반 한국 대중음악계를 대표한 남성 댄스 그룹으로, 빠른 비트와 군무 중심의 무대 퍼포먼스로 큰 인기를 끌었다. ‘어젯밤 이야기’, ‘그녀에게 전해주오’ 같은 히트곡은 당시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유행가가 되었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따라 부르고 춤을 흉내 내는 문화가 퍼졌다. TV 음악 프로그램과 라디오를 통해 전성기를 누리며 1980년대 후반 아이돌의 원형으로 평가된다.

1. 남고생들의 우상, 소방차
1980년대 말,
대한민국 모든 남고생의 심장을 뛰게 한 건
‘공부’가 아니라 소방차였다.
학교 축제인 ‘청송제’를 앞두고
우리 독수리 5형제는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렸다.
“야, 우리 이번에 소방차 ‘어젯밤 이야기’로 무대 뒤집어뿌자.
영자 눈에서 하트 뿅뿅 나오게 하는 거다!”
덕구의 제안에 우리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2. 소방차는 3명, 우리는 5명
문제는 멤버 구성이었다.
소방차는 3명인데 우리는 5명이었다.
결국 가위바위보에서 진
철수(프로스펙스 가진 죄)와 상구(발가락 까발로)는
백댄서 및 ‘인간 조명’ 역할을 맡기로 했다.
연습 장소는 광팔이네 집 옥상.
하지만 가장 큰 난관은 따로 있었다.
바로 소방차의 상징, ‘백색 쫄바지’였다.
3. 덕구의 홍콩 스타일 연구
시장에서 파는 건 너무 비싸서 고민하던 중,
덕구가 무릎을 탁 쳤다.
“야, 내가 TV에서 봤는데,
홍콩 배우들은 바지 핏을 살리려고
엉덩이 쪽에 손수건을 덧댄다 카대.
그래야 엉덩이가 팍 살아서 춤선이 산다 이 말이다!”
덕구는 장국영의 탄탄한 뒷태를 재현하겠다며,
어머니가 아끼던 분홍색 실크 손수건을 여러 번 접어
타이즈와 속옷 사이에 억지로 집어넣었다.
일명 ‘엉덩이 보형물’이었다.
덕구의 엉덩이는 덕분에 비정상적으로 볼록해졌고,
우리는 “역시 홍콩 스타일은 다르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4. 청송제를 뒤흔든 무대
축제 당일. 강당 안은 열기로 가득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너의 대문 앞을 지나갔지~”
노래가 시작되자 우리는 미친 듯이 발을 굴렀다.
영자와 여학생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성공이었다!
5. 터져버린 쫄바지의 비극
사건은 하이라이트인 ‘공중 덤블링’ 구간에서 터졌다.
덕구가 야심 차게 공중제비를 돌고 바닥을 짚으며
다리를 쫙 벌려 착지하는 순간,
쭉—! 하는 불길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너무 꽉 끼는 타이즈에 ‘엉덩이 보형물’까지 감당해야 했던
덕구의 바지 가랑이가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지개처럼 터져버린 것이다.
그 순간, 덕구의 엉덩이 골 사이에 빳빳하게 끼워져 있던
분홍색 손수건이 스프링처럼
튀어나와 밖으로 덜렁거렸다.
“어... 저게 뭐꼬? 덕구 꼬리 생겼다!”
6. 인간 조명이 만든 전설의 하이라이트
당황한 덕구가 수습하려고
엉덩이를 흔들며 뒤로 물러났지만,
그럴수록 분홍색 손수건은
마치 살랑거리는 강아지 꼬리처럼
더 격렬하게 춤을 췄다.
백댄서였던 상구는
상황을 수습한답시고
들고 있던 손전등(인간 조명)으로
덕구의 터진 부위를 정면으로 비춰버렸다.
하이라이트 조명이
덕구의 핑크빛 꼬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객석은 뒤집어졌다.
영자는 배를 잡고 쓰러졌고,
학생부 ‘미친개’ 선생님은
무대로 뛰어 올라와 우리의 뒷덜미를 잡았다.
“이 문둥이 자슥들아!
공부하라고 보내놨더니
학교에서 핑크 꼬리쇼를 하나!”
7. 전설이 된 ‘분홍 꼬리 소방차’
결국 우리는 상장 대신 반성문을 받았지만,
그날 이후 우리 5인방은
대구 시내 남고생들 사이에서
‘분홍 꼬리 소방차’로 전설이 되었다.
비록 멋진 장국영은 되지 못했지만,
그 시절 우리는 터진 바지 사이로 들어오던
시원한 바람만큼이나 자유로웠다.
[오늘의 추억 아이템]
백색 쫄바지: 소방차가 유행시킨 80년대 패션의 정점. 남자의 민망함과 자존심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분홍색 손수건: 80년대 어머니들의 멋내기용 필수템이자, 덕구에게는 엉덩이 핏을 살려줄 '비밀 병기'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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