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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대백시계탑, 멈춰진 우리들의 시간] 남문시장 누런 종이 향기와 뜻밖의 페이지

[대구 남문시장 헌책방 골목]대구 남문시장 헌책방 골목은 1950년대 피란민들이 명덕네거리와 남문시장 주변에 노점을 차려 책을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대구의 대표적인 아날로그 문화 거리입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참고서나 전과를 싸게 사려는 고딩들뿐만 아니라,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해외 수입 잡지나 소설책을 찾으려는 청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습니다. 좁은 매대 가득 쌓인 누런 종이 냄새와 오래된 책들이 주는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공간으로, 늘 시끄럽던 고딩들도 이곳의 낡은 서점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만큼은 묘한 설렘과 경건함을 느끼곤 했던 추억의 골목입니다. 1980년대말 대구 고딩들에게 학기 초나 시험 기간이 끝나면 의례적으로 찾아가는 코스가 있었으니, 바로 남문시장 안쪽에 길..

[제15화 대백시계탑, 멈춰진 우리들의 시간] 달성공원 거인 아저씨와 밤하늘의 주파수

[대구 달성공원]대구 달성공원(달성토성)은 1980년대 후반 대구 청춘들에게 가장 오랜 역사적 숨결과 아련한 향수가 공존하던 만남의 광장이었습니다. 거대한 토성으로 둘러싸인 넓은 잔디밭과 키 큰 나무들, 그리고 당시 대구 유일의 동물원이 있던 이곳은 돈 없는 고딩들이 부담 없이 찾던 최고의 산책로였습니다. 특히 주말이면 벤치에 앉아 라디오 카세트(붐박스)로 음악을 듣거나 서로의 고민을 나누던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했던 곳으로, 늘 시끌벅적하게 사고를 치던 남고생들도 이곳의 호젓한 흙길을 걸을 때만큼은 사춘기의 진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꿈을 고백하곤 하던 낭만적인 공간이었습니다. 1980년대 말, 매일같이 터지는 사고와 미친개 선생님의 몽둥이 속에서도 우리 독수리 5형제에게 아주 가끔은 고요한 숨표 ..

카테고리 없음 2026.06.12

[제14화 대백시계탑, 멈춰진 우리들의 시간] 어린이회관 잔디밭과 전설의 ‘야외 기차 탈출기’

[대구 어린이회관] 대구 어린이회관(현 대구어린이세상)은 1980년대 후반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위치하여, 당시 고딩들에게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최고의 ‘가성비 데이트 코스’이자 휴식처였습니다. 넓고 푸른 잔디밭과 야외 음악당, 그리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야외 기차와 꾀꼬리극장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 주말이면 수많은 청춘들이 모여들곤 했습니다. 특히 입장료가 없거나 매우 저렴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남고생들이 대구여고 여학생들과 가벼운 피크닉을 기획할 때 무조건 1순위로 손꼽히던, 그 시절 대구 청춘들의 소박하고 푸르던 아지트였습니다. 1980년대 말 대구 고딩들에게 수성구 황금동의 ‘어린이회관’은 이름과 달리 어린이들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지독한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고딩들이 단돈..

카테고리 없음 2026.06.10

[제13화 대백시계탑, 멈춰진 우리들의 시간] 두류공원 돗자리와 전설의 ‘오리배 표류기’

[대구 두류공원(우방타워랜드)]대구 두류공원(우방타워랜드)은 1980년대 후반 대구 청춘들에게 일탈과 설렘이 공존하던 최고의 종합 놀이공원이자 휴식처였습니다. 특히 80년대 말은 현재의 이월드 자리에 대구 최초의 대형 테마파크인 ‘우방타워랜드’가 한창 건설 중이던 시기였기에, 고딩들은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잔디밭이나 야외 롤러스케이트장, 그리고 두류수영장 뒤편 숲길을 걸으며 주말의 자유를 만끽하곤 했습니다. 주머니 가벼운 고딩들이 커다란 돗자리와 뻐꾸기 도시락을 들고 모여들어 대구여고 여학생들과의 ‘우연한 로맨스’를 가장 많이 기획하던, 그 시절 대구 청춘들의 거대한 푸른 아지트였습니다. 1980년대 말, 대구 고딩들에게 주말의 ‘두류공원’은 야간자율학습이라는 창살 없는 감옥을 탈출한 청춘들이 모여드..

[제12화 대백시계탑, 멈춰진 우리들의 시간] 경북대 잔디밭의 기타 소리와 ‘통기타 소동’

[경북대학교]경북대학교(경대)는 1980년대 대구 수성구와 북구 일대 고딩들에게 단순한 대학 교정을 넘어, 지독한 입시 스트레스를 잠시 피할 수 있었던 최고의 '문화 해방구'이자 데이트 코스였습니다. 탁 트인 대운동장과 낭만적인 백양로, 그리고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러브로드'는 대구여고 여학생들과의 우연한 만남을 꿈꾸는 남고생들의 단골 아지트였습니다. 주머니 가벼운 고딩들은 경대 정문 앞 분식집에서 저렴한 떡볶이로 배를 채우고, 대학교 형들이 잔디밭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찬란한 대학 생활의 로망을 키워가곤 했습니다. 1980년대 말, 야간자율학습과 빳따(몽둥이)에 찌들어 살던 대구 남고생들에게 북구 산격동에 위치한 ‘경북대학교’ 교정은 그야말로 자..

[제11화 대백시계탑, 멈춰진 우리들의 시간] 서문시장 미로 속의 '청청 패션'과 칼국수 대첩

[대구 서문시장]1980년대 말 대구 고딩들에게 ‘패션의 완성’은 동성로가 아니라, 뜻밖에도 서문시장 2지구 의류 상가 골목에서 완성되곤 했다.동성로 브랜드 옷은 꿈도 못 꾸던 시절, 서문시장 옷골목은 최신 유행하는 청바지와 청자켓을 가장 저렴하게 ‘득템’할 수 있는 패션의 메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 골목 구석구석에서 풍기는 진한 멸치 육수 냄새와 칼국수 썰는 소리는 언제나 배고픈 고딩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최고의 유혹이었다. 사건은 이른 봄바람이 불던 토요일 오후,덕구가 또다시 우리 5인방의 만화방 아지트 문을 거차게 열어젖히며 시작되었다. “야! 대구여고 영자가 다음 주에 친구들하고수성못으로 봄소풍 간다 카대! 오늘 서문시장 가서 요즘 제일 잘나가는 청청 패션으로 쫙 빼입고,소풍날 영자 앞에 ..

[제10화 대백시계탑, 멈춰진 우리들의 시간] 교동시장의 도깨비들과 ‘빽판’의 순정

[대구 교동시장]1980년대 후반 대구 교동시장은 의류·잡화·귀금속·전자제품을 함께 취급하던 대구 도심의 대표적인 상권이었다. 특히 전파상과 전자기기 판매점이 밀집해 있어 당시 학생들과 젊은이들은 카세트 플레이어나 오디오 기기를 사기 위해 교동시장을 자주 찾았다. 일본 브랜드인 Sony와 Aiwa 카세트는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새 모델이 나오면 이를 구경하거나 구입하기 위해 교동시장을 찾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여겨졌다. 좁은 골목마다 전파상, 금은방, 의류점, 노점상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활기찬 공간이었다. 1980년대 말 대구 고딩들에게동성로 옆 ‘교동시장’은금단의 열매이자 온갖 진귀한 보물이 가득한 거대한 판타지 세계였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초콜릿부터정체불명의..

[제9화 대백시계탑, 멈춰진 우리들의 시간] 겨울 수성못의 전설과 ‘군고구마 연정’

[대구 수성못]대구 수성못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대구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데이트 장소였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대규모 상업시설이 많지 않아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연인들이 보트장을 찾고 호숫가 산책을 즐겼다. 밤이면 네온사인과 음악다방, 호프집 분위기가 어우러져 젊은 층이 많이 모였고, 주변 유원지와 놀이시설도 지역 명소 역할을 했다. 1980년대 말, 대구 고딩들에게겨울 데이트의 성지이자 낭만의 결정체는단연 ‘수성못’이었다. 찬 바람이 몰아치면수성못 둑길은 거대한 천연 냉동고처럼 변했지만, 사랑에 눈이 먼 청춘들에게그 정도 추위는 주윤발의 바바리코트 자락 하나로 막아낼 수 있는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사건은 기말고사가 끝난 눈 내리는 금요일 오후,덕구가 얼어붙은 손을 비비며만화방으로..

카테고리 없음 2026.06.04

[제8화 대백시계탑, 멈춰진 우리들의 시간] 야간자율학습의 별들과 ‘도시락 대첩’

[야간자율학습과 도시락]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대구의 남자고등학생들은 입시 경쟁 속에서 밤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했다. 교실에는 형광등 불빛과 문제집 넘기는 소리만 가득했고, 쉬는 저녁시간이 되면 각자 집에서 싸온 양은도시락을 책상 위에 펼쳤다. 김치와 계란프라이 반찬 냄새가 교실에 퍼졌고, 친구들과 반찬을 바꿔 먹거나 난로 위에 도시락을 데워 먹던 풍경은 당시 학창시절의 상징 같은 모습이었다. 1980년대 후반, 대구 남고생들의 저녁 6시는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시간이었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야간자율학습(야자)’의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우리는 학업에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렸다. 바로 교실 뒷자리 사물함 위..

[제7화 대백시계탑, 멈춰진 우리들의 시간] 삐삐와 공중전화, 그리고 밤새도록 흐르던 당년정

[삐삐와 공중전화]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고등학생들에게 삐삐(무선호출기)는 선망의 물건이었다. 숫자 암호로 마음을 전하거나 친구 약속 시간을 맞추곤 했지만, 삐삐를 받으면 결국 공중전화로 달려가야 했다. 학교 앞과 버스정류장 공중전화에는 긴 줄이 생겼고, 주머니 속 동전과 전화카드는 필수품이었다. 밤늦게 학원이나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뒤 부모에게 “끝났어요”라고 짧게 연락하던 풍경도 흔했다. 1980년대 말이 저물어가던 그 시절,대구 고딩들 사이에서최고의 부의 상징이자 첨단 과학의 결정체가 등장했으니,바로 ‘삐삐(무선호출기)’였다. 허리춤에 차고만 있어도지나가는 여학생들이 한 번 더 쳐다본다는그 마법의 기계를 우리 5인방 중 가질 수 있는 자는당연히 유일한 금수저, ‘프로스펙스’ 철수뿐이었..